Growth Hacking 책 리뷰
책을 읽게 된 계기
최근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유저가 자연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유저를 0명에서 10명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물론 열심히 발품을 팔면 어떻게든 설치해줄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내향형인 나에게 죽음의 가시밭길이며 실제로 어찌저찌 주변인에게 발품을 판다 해도 전혀 효과는 미미하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그들은 애초에 내 앱의 타겟조차 아니다. 내 쩔어주는 아이디어가 진짜 쩔었음을 알아줄 10명을 만들려면 뭘 해야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 내가 기초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며 마케팅에 대한 기초를 다져줄 공부가 필요함을 느꼈다.
물론 나는 마케터가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싶어진 것은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마케팅적 사고를 위한 기초중의 기초, 그리고 약간의 기교이다.
그래서 왜 그로스 해킹인가?
책을 고른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실제 적용해볼 수 있는 기교를 설명하는 책이어야 한다.
- 얇아야 한다.
- 가능하면 스타트업의 관점이 고려된 책이어야한다.
그로스 해킹은 앞선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핵심
그로스 해킹에서 이야기하는 단 1가지
책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한가지는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생각하라
여기서 전통적이라 함은 TV광고, 전단지 같은 우리가 홍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마케팅 방식들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방식은 유저에게 서비스의 존재를 직접 알리면 유저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책에 따르면) 아래의 단점을 가진다.
- 비효율적이다
-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아마 경험적으로 알겠지만, 우리는 이제 TV에 나왔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AIG 보험회사가 티비에 광고를 쏟아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덕분에 'AIG 띠링띠링~'은 기억하게 되었지만 그 광고를 보고 AIG에서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복적인 광고로 부정적인 시야만 생겼다.
또한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우리가 얼마를 썼는지는 데이터로 남겠지만 광고 덕분에 몇 명이나 가입하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즉, 비싼돈을 주고 마케팅하지만 정작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시말하면 다음과 같다.
너의 서비스를 위한 측정가능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을 발굴하라
책에서도 강조하지만 그로스해킹은 도구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구전효과를 이용하라
책에선 제품에 마케팅을 녹여내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특히 책에서 사례로 많이 나오며 상당히 찬양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이럴(=구전효과)이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바이럴이란 단어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데 고객을 홍보의 수단으로 여기고 속이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바이럴은 좋은 의미에서의 바이럴이다.
제품을 잘 만들어서 유저로 하여금 제품의 열렬한 홍보대사가 되게 하자
즉, 유저를 기만하자는게 아니고, 유저가 자연스럽게 주변 지인들 중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가령, 토스의 경우 실제로 주변 지인들 중 토스의 열렬한 팬을 종종 볼 수 있다. "토스는 진짜 UI가 너무 좋아, 편해, 너도 써봐"라거나 가계부를 작성하려는 친구에게 "토스에 가계부 기능있는데 써봐 이런식이거든?(앱을 켜서 보여주며)"같은 식이다.
앱 내에서 이런 바이럴을 녹여낼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공유하기'기능이다. 공유하기 기능은 남들에게 무언가 공유하면서 동시에 이런 앱도 있다는 홍보가 될 수 있다. 고객이 스스로 마케팅을 하게 되는 샘이다.
책에서 구전효과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것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홍보 그 자체이니 고객이 많으면 더 많은 고객이 생기게 된다.
물론 우리는 이미 이런 마케팅에 익숙하기에 전혀 놀랍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시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관점은 상당히 신선했을 것 같다.
전반적인 감상평
내용은 마케팅을 전혀 모르는 개발자가 읽기에 부담없게 쉬웠고 마케팅적 사고를 기르기에도 좋았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에 한번쯤은 읽어볼 만하다.
한 가지 배운 점은 마케팅이란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유하기 버튼처럼 기능 자체로도 마케팅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마케팅은 나와는 사뭇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도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거나 마케팅 전략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으로는 책 후반부 약 100쪽정도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그로스 해킹 사례들을 다루는데,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은 것 같다.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긴 하지만 사례들이 다소 올드하고 내가 얻어가고자 하는 지식들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내가 그런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로스 해킹 읽는 경험이 상당히 독특하고 좋았다. 책이 패딩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였는데, 무겁지 않아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전자책에 눈을 떴는데 조만간 E-book 리더기를 하나 살까 한다.